안녕하세요. 주니어북살롱에서 친구들과 함께 그림책을 나누고 있는 이경현 선생님입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친구들이 재미있게 책을 접할 수 있을지 궁리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책을 탐독하고 있답니다. 그 여러 가지 방법 중에 친구들에게 가장 반응이 좋았던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이 그림은 단원 김홍도의 ‘서당’입니다. 한 번쯤은 본 적이 있는 익숙한 그림이지요. 그런데 혹시 이 그림에 등장하는 사람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훈장님의 질문에 답하지 못한 한 학생이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은 모양입니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한 손으로는 종아리를 부여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눈물을 훔치고 있네요. 때린 훈장님의 마음도 편치는 않아 보입니다.
미안한 듯 안쓰러운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있지요. 그 와중에 그것도 모르냐며 놀려대는 아이, 답을 알고 있는 듯 의기양양한 표정을 한 아이, 다음 순서가 자기일까 봐 급하게 책장을 넘기며 답을 찾아보는 아이, 댕기 드린 아이들 틈에 일찍 장가가서 갓을 쓰고 앉아 있는 아이… 그림 한 폭 속에 참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독화법((讀畵法)
우리 선조들은 이렇게 그림 속의 숨은 이야기를 찾아내며 감상하는 것을 독화법((讀畵法)이라고 했습니다. 말 그대로 ‘그림을 읽는다’는 뜻이지요. 그렇다면 그림과 글로 이루어진 그림책을 이러한 독화법으로 읽어보면 어떨까요?
지난번에 주니어 북살롱 <독서시작캠프>에서 소개했던 <꼬마 토끼는 길을 잃지 않아요>입니다.
이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왜 이렇게 끝나지?’라는 의아한 표정을 짓습니다. 하지만 그림을 꼼꼼히 함께 살펴보고 난 후에는 ‘아~~ 이런 이야기였구나!’ 하며 감탄하지요.
그림 속에 꼬마 토끼를 지켜보는 수많은 동물 친구들과 배경 속에 놓쳤던 힌트들을 찾아보며, 글이 채 알려주지 않은 숨은 이야기를 찾아냈기 때문입니다.
한 장의 그림이 아닌 연속성을 지닌 여러 페이지의 그림을 오가며 계절의 변화나 공간의 이동, 주인공의 성장 등을 읽어 내기도 하지요. 글만 읽고 그림을 후루룩 넘겨버렸다면 재미없었을 책이 독화법으로 읽으니, 아슬아슬한 모험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책이 된 것입니다.
시각적 문해력(비주얼 리터러시)
이렇게 선조들의 그림 감상법이었던 독화법이 요즘 들어 시각적 문해력(비주얼 리터러시)라는 개념으로 다시 각광받고 있습니다. 이미지를 미적 대상을 넘어 소통의 중심으로 바라보는 것이지요. 문자에서 이미지나 영상으로 정보 전달의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는 시대에 새로이 요구되는 능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각적 문해력은 대개 어른보다는 아이들이 뛰어납니다. 글을 몰라서 그림에 먼저 눈이 가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아이들이 글을 깨치면서부터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글을 읽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 그림을 놓치거나 등한시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서로 언어가 달라도, 글자를 몰라도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지를 통한 소통 능력은 간과할 수 없는 방식임이 분명합니다.
또한 글과 그림을 연관 지어 자기만의 해석을 만들어내는 고차원적인 독서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친구들과 [그림책 속 그림 읽기 수업]을 통해 시각적 문해력을 놓치지 않도록 돕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으니 가정에서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실 때도 실천해 보세요.
첫 번째, 그림책을 소리 내 읽어주세요.
글자로 향하던 눈이 그림으로 갈 수 있게 해주는 좋은 방법입니다. 귀를 열고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의 눈은 바쁘게 그림을 탐독하느라 반짝일 것입니다.
두 번째, 그림책을 여러 번 볼 수 있게 해주세요.
한번 봐서는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그림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그리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며 그림들 속에 관계와 상징을 찾아낼 수 있게 됩니다.
세 번째. 그림책을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있게 해주세요.
내가 발견하지 못한 부분, 혹은 같은 그림을 보고도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정해진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여러 가지 해석을 존중할 수 있는 아이로 자랄 거예요.
이렇게 오늘은 그림책을 읽는 방법 중 첫 번째, 그림 읽기에 대해 이야기해 봤습니다. 모쪼록 아이들이 책과 가까워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다음번에는 그림책을 읽는 또 다른 방법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