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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독서_북도슨트] 우리 아이가 특별한 책을 만나는 방법2023-01-11 22:07:40

안녕하세요. 문학을 전공하고 <지속가능발전, 그림책을 만나다> 작가로 아름다운 지구를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주니어 북살롱 김윤아 선생님 입니다. 

 

 

아이들과 자화상을 주제로 독서 융합 미술 수업을 한 적이 있습니다. 유명한 화가들의 자화상을 보여주고, 시대 배경과 작가의 화풍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 나누었지요. 미술가들에게 자화상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그림 실력을 입증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사진처럼 지금의 모습을 남겨두는 기록이기도 합니다. 

 

수업 뒷부분에는 아이들에게도 자화상을 직접 그려볼 수 있는 시간을 준비했어요. 아이들에게 자화상은 거울과 핸드폰에서 보았던 나의 얼굴을 그림으로 마주하는 순간입니다. 그래서 ‘내가 그린 자화상’을 발표할 때, 아이들은 어색해합니다.

 

 

“가을이는 뭘 보고 자화상을 그렸을까?.”
“핸드폰으로 찍어놓은 사진이요.”
“사진으로 본 얼굴하고, 가을이가 직접 그린 그림하고는 어떤 차이가 있어요?”
“사진은 눈이 쪼끔 작은데, 그림은 조금 더 크게 그렸어요. 그리고 옷은 안그렸구요. 얼굴만 그렸어요. 머리는 묶었는데 저는 풀어서 그렸어요.”
“그럼 가을이가 그린 자화상 속에서 제일 맘에 드는 곳은 어디예요?”
“입이요. 엄마하고 저하고 입이 똑같이 생겼대요.”
“어머~그렇구나, 가을이가 엄마 닮아서 입이 이쁘구나.”

 

 

아이들은 책과 그림을 보며 그 안에서 나를 발견하고, 친구와 가족의 모습을 찾습니다. 그리고 처음 발표와는 다르게 들뜬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다른 친구의 발표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맞장구를 치기도 합니다. 그 시간에 함께 본 고흐나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다시 본다면, 아이는 지금 이 이야기를 떠올리겠지요?

 

 

몇 년 전, EBS에서 <당신의 문해력>이 방송되고 난 뒤 문해력에 관한 관심이 급증했습니다. 우리 아이만 책을 읽고 이해를 못 하는 줄 알았는데, 그런 아이들이 많구나! 안도하기도 하고 그래서 어떻게 하나 해결 방법에 대한 제시도 많아졌지요. 하지만 많은 지도서를 읽어봐도 막상 내 아이에게 적용하는 것은 참 어려웠습니다. 

 

문해력은 ‘책을 읽고 내용을 이해하고, 내 것으로 만들라’라고 하는데 우리가 배운 정답은 독서록이 전부였기 때문이지요. 

 

혼자 읽고 혼자 생각하고 혼자 글을 쓰다 보니 우리는 같은 책을 읽어도 비슷한 생각들을 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을 기회가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같은 책을 읽은 뒤나의 생각을 내어놓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는 시간이 독서에는 꼭 필요합니다그것이 토론입니다.

 

국어의 과정에서는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가 있습니다. 독서토론은 이 중 말하기와 듣기, 읽기의 과정이 모두 포함되어있습니다. 

 

토론을 예고하고 책을 읽으면 자신이 발표할 부분을 생각하게 되어 깊이 있는 독서가 가능합니다흘려 읽기를 하더라도 한 부분 정도는 기억 속에 남겨두지요

 

자신의 생각을 문장으로 말하며 자신감 있게 이야기하는 법을 알게 되고말의 조리를 깨달아가게 됩니다선생님의 질문에 대답하며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려보기도 합니다다른 친구의 이야기를 잘 듣는 것도 배움의 과정입니다. 

 

공감을 통해 서로에게 응원의 마음을 보내는 것도 힘이 되지요. 그리고, 이러한 토론을 통해 책에 대해 자신의 정리된 생각을 기록으로 남기는 쓰기의 과정도 유도하지요. 

 

원활한 토론을 위해서는 질문이 필요합니다. 책을 읽고 머릿속에 저장된 생각주머니는 겹겹이 단단하게 묶여있어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하나하나 세심하게 잘 열어주어야 하지요. “왜?” “어때?”라는 질문을 통해서 말입니다.

 

"왜? 어때?"

 

“이 책의 제목은 왜 30번곰 일까요?”
“가을이가 펫샵에 전시된 아기곰을 보았다면 마음이 어땠을 것 같아요?”
“30번곰을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질문을 통해 우리는 책의 내용을 정리하고, 인물을 분석하고, 주제를 찾아내어서 기억합니다. 주인공의 감정을 이해하고 나와 같은 모습도 발견하며 공감합니다. 

 

함께 토론하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존중해주고 나의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합니다. 아이에게 ‘30번곰’ 그림책은 조금 특별한 책이 되었습니다.

 

 

 

 

 

아이에게 어떤 책을 읽으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책 고르는 기준을 알려주세요.

 

 

이런 질문들을 많이 받습니다. 사실 책을 고르는 기준은 다양합니다. 학교에서 말하는 필독서를 보아도 되고, 서점에 유명한 베스트셀러들을 검색해도 됩니다. 

 

하지만 제가 드리는 기준은 엄마가 보았을 때아이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엄마가 먼저 책을 보아야겠죠? 엄마가 재미있어서 아이와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이 제일 좋은 책입니다. 생각해보면 우리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 엄마는 아이와 함께 책을 읽었습니다. 

 

한 권의 책을 함께 보며 서로의 눈과 표정을 바라보았지요. 좋은 책은 아이에게 자꾸 읽어주고 싶어서 무릎 위에 아이를 앉게 했던 모습이 새록새록 떠오르시나요? 

 

아이에게 좋은 책을 보여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은 그대로입니다엄마가 읽기 위한 아이 책을 먼저 골라보세요. 그리고 정말 재미있었던 책을 권해주고, 책을 읽은 후 마주 보고 앉아 ‘질문’하고 ‘토론’ 해보세요. 

 

아이는 책을 통해 엄마를 보고, 엄마는 아이의 감정과 느낌을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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